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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정보/일

알바인생#2, 공장 알바 그리고 텃세문화

알바인생#2, 공장 알바 그리고 텃세문화

 

단기 알바 생활을 이어가다가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공장 같은 곳을 들어가서 한 군데서 쭉~ 일해 볼까?'

 

 

매번 불안한 단기 알바는 찾아보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물량이 없다고 잘리기도 하고 정말 파리 목숨 같았기 때문이다.

 

공장 쪽 일들은 대부분 아웃소싱 업체들이 자리를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웃소싱에서 사람을 모집해서 직원이 모자란 제조업체에

인원 충원을 해주고 커미션을 받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올초부터 많은 아웃소싱 업체분들과 컨택을 해서 일을 했는데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 일이 끝나더라도 나중이라도 연락이 오게 된다.

당장 내일 주말 단기 알바를 하는 곳도 한 달 전쯤에 일주일 정도 알바를

했었던 아웃소싱 업체 과장인데 사람이 필요해서 부른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일이 그지 같아도 업체에서 개판치고 나오면 절대 안 된다.

 

반년 넘게 알바를 돌다 보니까 채용공고는 여기저기 올라와도

그 일을 컨트롤 해주는 아웃소싱 업체들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알바 사이트를 검색하며 찾은 결과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소개만 해주고 아웃소싱 직원은 빠지고 공장 관계자가 모든 안내를

다 해줬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공장 일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1. 플라스틱 제조 공장

 

플라스틱 용기 뚜껑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내가 하게 된 일은 8개 정도의

큰 통에 모자랄 때마다 거기에 맞는 원료를 넣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때가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며 레벨업이 돼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쌀 한 가마니 무게 정도의 원료 자루를 부어주는 업무가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일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 그다음 주는 오후 8시에서 오전 8시 반.

맞교대 일을 처음 하는데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삭는 느낌이 났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해당부서의 부장이라고 하는 사람의 폭언...

내가 최근 들어 생산직이나 물류 등 몸을 쓰는 일만 골라가며 했던 이유가

몇 년간 해외에서 서비스직을 하며 사람 상대하는 게 힘들고 싫어져서

했던 이유였는데 이런 사람을 또 만나다니!

 

하지만 이런 악연은 오래 가질 못했다. 일한 지 한 달이 채 못 되는 어느 날,

처음 보자마자 반말을 했던 부장이 갑자기 00 씨~ 이렇게 부르는 것이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는데 물량이 줄어들어 밑에부터 정리해고를 시작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앗싸!' 잘리는 것보다 솔직히 이 인간하고 안 볼 수 있다는데 기뻤다.

그 날이 금요일 야간 조여서 오전에 끝나고 집에 돌아가 일을 찾는데 다시

공장 알바를 찾아봤다.

공장일이 힘들긴 하지만 온갖 수당이 다 붙어서 확실히 돈이 되긴 했기

때문이다.

 

2. 포장지 제조 공장

 

바로 일이 구해져서 월요일에 나오라고 한다.

월요일 아침, 아웃소싱 담당자를 만나서 공장일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이번 회사는 포장지를 만드는 회사인데 규모도 좀 더 큰 편이었고,

무엇보다 급여가 셌다.

 

라인 안에 들어가니 포장지에 들어가는 페인트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다행히 내가 일하게 될 곳은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 냄새는 심하게 나지

않았다.

나름 깨끗한 기계가 있는 곳엔 2명의 직원들이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3명이서 같이 하는 일인데 1명의 결원이 생겨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된

것이었다.

 

포장지에 안감을 같이 붙여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과자 봉지 같은 것을

만드는 일인데 이게 실수할 경우 손해가 크기 때문에 사람들이 좀 예민한 거

같았다.

 

사실 처음에 아웃소싱 담당자가 안내를 해 줄 때 같이 하는 선배들이 안 맞으면

얘기하라고 바꿔줄 수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낫다.

보통 텃세 없어요! 를 말해 주는데 뭔가 일이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이틀 차 저녁에 야간조로 바뀌는 시간에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야간조에 한

직원이 나한테 말하기를, 힘들지 않냐? 텃세 심하진 않냐? 원래 본인이 내

자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텃세가 너무 심해서 타임을 바꿨다는 것이다.

 

뭔가 싸한 느낌을 가지고 출근하던 3일 차부터 지옥문이 열렸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에 제재가 들어간 것이다.

포장지를 안감과 겉감을 부칠 때 마무리로 칼질을 해야 하는데 그게 참

깔끔하게 되지 않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그럴수록 두 사람의 갈굼은 심해졌고, 무슨 일을 하기만 하면 잔소리와

터치가 들어왔다.

 

농구의 더블팀처럼 집중 견제 마크가 시작된 것이다.

4일 차, 5일 차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괴로웠다.

자기들끼리는 친한지 쉬는 시간에는 서로 웃으며 농담하면서 나한테는

업무 외적인 것엔 나에게 말조차 걸어오지 않았다.

둘 다 이 일을 7년, 10년 했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게 얼마나 많은 나 같은 신입 직원들을 마주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갔을까 하는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백번 이해한다 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갈군다고??

 

생산직 텃세 심하다고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거 같은데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런 것이었다.

 

 

직장 텃세... 참 오랜만에 겪어보는 일이었다.

첫 중소기업에 취업했을 때 차장이 텃세를 엄청 부렸었다.

폭언은 기본 장착이었었다.

한 번은 회사차를 끌고 나가서 주차를 하다가 박아서 살짝 찌그러졌는데

폭언이 두려워서 회사 카드로 해결안 하고 내 자비를 들여 수리를 했을

정도였다. 그 사람 때문에 퇴사일이 빨라졌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을 마치고 일요일 저녁이 지나가는데 회사

생각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도저히 월요일에 출근을 할 용기가 안 났다.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아웃소싱 담당자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로

이런 내용으로 인해 그만두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그만뒀다.

 

3. 상처뿐인 공장알바 경험

 

최근 들어 연달아했던 두 번의 실패의 경험으로 보아 속단하긴 그렇지만

공장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앞으로 직장 생활이 가능할지가 걱정도 된다.

누군가 나에게 끈기가 없다고 비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신입이고 일이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폭언이나

화를 내는 태도는 옳지 않고 있어서는 안 되는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텃세 문화는 정말 일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되고 사라져야 할 부분이다.

 

내가 해외생활을 오래 해서 가치관이 바뀐 것일까....

알바인생은 당분간은 계속될 것 같다.